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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2-26 12:00
올림픽프리랜서
 글쓴이 : youngdongcon
조회 : 19,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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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 프리랜서


 

 올림픽 메달을 따면 “대한민국 만세” 소리로 아파트 촌이 들썩거리던 시절이 있었다. 88 대회를 유치해 놓고 군사정권이 스포츠 강국대열에 서보겠다고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던 80년대 이야기다. 동서냉전의 이데올로기를 거치면서 스포츠는 민족주의 대결 마당이었다. 올림픽 국가주의 기세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다. 하지만 모든 것은 머물지 않고 변한다. 화려했던 선수촌도 범정부적 투자도 좀 살만해진 나라에서는 이제 낯선 풍경이다. 일찍이 사회체육으로 방향을 튼 선진국들은 단지 경기 그 자체를 즐기는 편이다.

김연아의 선전이나 이상화의 메달 소식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러시아 국적의 안현수나 화교출신으로 우리 쇼트트랙 주전을 맡아준 공상정 선수에게 더 흥미를 보인다. 국가대결의 구조가 아니라 개인의 성취와 영광을 즐기는 쪽으로 트랜드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달픈 재일교포 시절을 거쳐 귀화를 하고 두 개의 조국을 숨기지 않는 유도 선수 추성훈 스토리도 새롭다. 갈등이라는 환경은 일단 접어두고 화면에 비치는 그들의 인생 자체가 일상의 관심거리다.

하긴 카타르 같은 나라는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힘센 루마니아 역도선수 8명을 100만 달러에 사다가 국적을 바꿨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지만 올림픽 용병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미국 대표 팀 상당수는 이민 후세대 귀화인들이다. 이쯤 되면 개인과 국가의 영역이 모호해진다. 이번 소치대회를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은 올림픽 프리랜서 시대를 열었다는 점이다. 그 주인공이 빅토르 안 이라서 조금 씁쓸하긴 하지만. 개인의 성공을 위해서 국가는 이제 하나의 선택사항이 되었다.

“공산주의 종주국이었던 러시아에 한국인이 귀화해 금메달을 따주고 눈물을 흘렸다” 이를 과거기준으로 보면 상상할 수 없는 하나의 사건이다. 출신과 민족의 제한구역이 엄격했던 시대의 가치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념도 국경도 사라지고 단지 개인의 행복만이 남는 세상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사례. 금메달의 가치가 남아있는 한 프리랜서 용병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그 결과가 흥분된 국가주의나 민족주의로 연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쉽지만 소치에서 우리는 올림픽 국가주의의 그림자를 보았다. 누가 봐도 객관성을 잃은 피겨의 메달판정 시비. 하지만 그것이 개최국의 전리품이고 정치적 흥행소재라면 우리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서울 올림픽에서 레슬링이나 복싱의 판정시비는 간단치 않았다. 이 고비를 넘어야 보다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이미 체험했다. 스포츠의 국가주의적 대결의식은 낡은 유산이다.

역사철학자 탁석산은 말한다. “국가주의나 민족주의는 세계시민으로 나아가는 사닥다리다. 세계화의 단계를 넘어서면 과감하게 그 사다리를 걷어 차버려야 한다”고. 한국은 지금 OECD 맴버에 산업이나 문화 면에서 당당히 지구촌 표준을 상회하고 있다. 아직도 민족주의적인 시각으로 스포츠를 해석하고 외교와 남북통일까지 관찰하려는 것은 뭔가 어색하다.

세계은행 수장과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답게 우리는 열심히 시야를 넓혀야 한다. 내공을 기르면 보란듯이 국수주의는 사라진다. 아쉽지만 피겨 메달 성적표를 환한 표정으로 받아들이고 엉덩방아를 찧은 아사다 마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여유가 필요하다. 외교에서 얼어붙은 감정을 스포츠에서 녹이고 승자가 된 역사는 많다. 박수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평창대회는 저절로 좋은 기운이 가득 찰 것이다.

내친김에 스포츠를 넘어서서 지구촌의 보편적인 인권문제를 거론하고 극지 생태계를 관찰하면서 인류애적인 거시안목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눈높이를 만들어 가는 것.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최면상태의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진정 성 있는 참여와 고민. 이런 것들이 우리의 숙제가 아닐까 싶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만의 리그에 열중하고 우리끼리 지지고 볶고 우리의 잣대에 맞지 않으면 무조건 헐뜯는 패배적 반복과 운명론에 목을 매는 것은 우리가 비판하는 나라와 다를게 없어 허망하다.

올림픽 국가주의에 흥분하고 선동 당하면 똑같은 프레임에 갇히고 만다. 스포츠나 외교는 쇼비니즘에 막히면 답이 없다. 올림픽 프리랜서 시대, 국가가 개인의 땀과 행복을 훔칠 수 없는 시대에 걸맞게 다양성 속에서 공존의 에너지를 찾아가야 한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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